전경 / Jeon Kyung

전시

젠 갤러리 전경 개인전

Zen Gallery Panorama Solo Exhibition

젠 갤러리·2026.04.12 – 2026.04.25

젠 갤러리 전경 개인전

수면실격

수면 장애는 단순한 신체의 문제가 아니다. 잠들지 못한다는 것은 의식이 쉬어야 할 시간에도 멈추지 못한다는 것, 무의식과 현실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진 채로 밤을 통과한다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그 감각을 수평의 색면으로 번역한다. 어둠과 빛이 층을 이루고, 명확한 경계 없이 하나가 다른 하나로 스며든다. 선명하게 깨어있지도, 완전히 잠들지도 못한 상태—그 애매한 의식의 지형이 화면 위에 펼쳐진다. 고요해 보이는 화면이지만, 그 안에는 멈추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수면 실격'이라는 제목은 잠을 자격의 언어로 표현한다. 잠든다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 사람에게, 밤은 매번 새로운 시험이 된다.

Wedding

결혼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두 개의 서로 다른 색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긴 과정이다. Wedding 시리즈는 예식의 아름다움을 기념하거나 결혼을 낭만화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리즈는 결혼이라는 관계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적 국면(설렘과 무게, 형식과 내면, 피어남과 소멸)을 각각의 작품 안에 담는다. 예복의 절제된 구조, 꽃의 풍성한 질감, 두 사람의 색이 처음 만나는 순간의 긴장. 시리즈 전체를 통해 결혼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겹겹이 쌓이는 감정의 지층으로 제시된다. 색과 질감의 선택 역시 이 의도에서 자유롭지 않다. [턱시도와 웨딩드레스], [자수정과 가넷이라는 보석의 이름], [꽃이 피어나는 세 단계]와 같은 이 단어의 추상화는 결혼이라는 관계를 특정한 물질적 · 감각적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다.

자화상

자화상은 전통적으로 닮음의 문제였다. 얼마나 정확하게, 얼마나 솔직하게 자신을 재현하는가. 그러나 전경의 자화상 시리즈는 얼굴도, 신체도, 어떤 외적 특징도 담지 않는다. 대신 색과 구조, 형태의 긴장 관계가 자아를 대신한다. 중심을 향해 반복적으로 수렴하는 사각형, 외부의 힘에 의해 교차되고 견인되는 구성— 이 작품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행위 자체를 조형적 언어로 묻는다. 자아란 고정된 실체인가, 아니면 끊임없이 안으로 무너지거나 바깥으로 끌려가는 운동인가. 전경의 자화상은 그 물음을 답 없이 화면 위에 펼쳐놓는다. 보는 이에 따라 이 구조들 안에서 자신의 어떤 순간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길 바란다. 그것이 이 시리즈가 '자화상'이라는 이름을 갖는 이유이다.

표정과 관계

관계는 언어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로의 거리, 온도, 색이 닿는 방식—말이 오가기 이전에 이미 감지되는 것들이 있다. 이 시리즈에서 각각의 색면은 독립적인 존재다. 그들은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경계를 맞대거나, 충돌하거나, 간격을 유지한다. 어떤 색은 다른 색 안으로 부드럽게 스며들고, 어떤 색은 날카로운 경계선을 고집한다. 색면들 사이의 이 역학은 작가가 경험한 인간관계(가족, 부부, 그 밖의 친밀하거나 불편한 사이)의 복잡한 층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직접적인 형상이 없기 때문에, 보는 사람은 이 색들의 관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읽게 된다. 어떤 색의 조합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지, 어떤 경계 앞에서 시선이 머무는지, 그 반응 자체가 이미 이 시리즈의 일부다.